수없이 많은 짧은 행복들과 기나긴 불행

오늘 집에서 혼자서 막춤을 수 분 동안 췄다. 그리고 ‘이 순간 정말 행복하다’라고 생각했다. 신이 난 이유는 근 2주 동안 해야할 것들을 컨트롤 하고 있는 걸 정신 병원에 이야기했던 일로 내 자신이 기특해서, 빨랫내가 좋아서, 세 끼를 잘 챙겨먹었더니 살이 쪄서, 계획표 짜는 일에 있어 내가 고려하지 않은 오류들을 발견했기 때문에, 그리고 12월이 한 달 남아 캐롤송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러다 문득 춤을 멈추고 생각했다.
나는 이렇게 쉽게 행복해도 되는 사람인가?
이걸 내심 알고 있었는데 적확하게 문장으로 떠올린 건 처음이다. 행복하면 슬프다.
최근 큰 규모의 빚을 모두 갚는 데에, 진학을 위해 입시를 준비하면서 가족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입시에 전념하고 난 후 엄마는 생활비를 모두 부쳐준다. 그전에도 도움은 받았지만.. 그제 엄마를 뵀을 적에는 ‘올해 꼭 붙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지나가듯 했다. 근 10년 간 학원을 운영했는데, 학원 운영도 언제나 같지만은 않을 것이고 부담이 되는 일 같다. 그러나 내게만은 돈 얘기가 없다. 엄마가 홀로 뒷바라지를 한 지 너무 오래되었다.
치킨 먹고 싶다고 문자하면 ‘코코야, 맛있는 거 많이 먹어 끼니는 절대 거르지마‘ 하고 언제나 돈을 부쳐주는 쌍둥이 언니는 마음이 힘든지 오래다. 너저분한 잔재를 두고도 나가서 고된 회사 살이를 하군 내게는 아낌이 없다. 나는 언니가 보낸 돈으로 치킨을 먹으면 행복해지고 엄마가 보낸 돈으로 넷플릭스를 결제해서 좋은 작품을 보면 행복해지는데. 그건 마치 가족들의 고생 위에 쌓아올린 행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모든 게 돈이다 돈.. 입시를 하는 이유는 예술이 고픈 게 아니라 좀 더 탄탄한 커리어를 완성하기 위해서. 커리어를 완성하고 싶은 이유는 나를 위해 언제나 마음을 퍼주는 가족들에게 여행을 보내주고 싶어서. 돈을 벌러 가는 길이 가족들에게 돈을 요구해서 무척 고되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건 지면에 마치지 못할 정도로 아주 오래된 얘기다.
그런데 나는 너무 단순하게 짧은 행복을 자주 맞이해버린다. 가족들의 숱한 고생으로 쌓아올린 더미 위에서 나는 너무 자주 춤춘다. 나는 미래에 낙관적이고 과거에는 관대하다. 월,수,금에 쓰레기를 버리고 나면 후련해서 짧게 행복하고, 아침에 숭에게 모닝 문자를 보내면 하루를 잘 날 수 있을 것 같아서 행복하고, 좋은 노래를 듣게 되면 곧바로 감동하고 하루 내내 행복하다. 친구와 만나서 웃다보면 지난 일을 모두 까먹는다. 그런데 행복의 가끔씩 둘러보면, 행복의 주변은 참 캄캄하고..
그래도 행복이 어둠을 밝히는 노오란 빛깔의 등 이라고 생각하면 다시 춤출 수 있다. 낙관적이고 관대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나의 행복을 가족들에게 전하는 수 밖에 없지..하고. 그러니까 할 수 있는 건 쉽게 행복해져버리는 것.. 그런 것들을 얘기해서 같이 깔깔 웃는 거. 우리 가족의 거리에 가로등을 설치해 밤이 되면 길이 보이게 화안하게 켜두고 싶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엄마한테 전화해서 엄마!! 캐롤을 들을 수 있는 11월이 왔어~ 라고 말하는 수 밖에 없다. 삶살이는 기나긴 슬픔과 숱한 짧은 행복들.. 너무나 쉽고 어려운 것들..
202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