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착세계

Status
Completed
Period
2022/09/07
Category
Rating
Emotion
Genre
Release
Location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관
Production
Publishing
Provider
Producer
Production Design
Director
Writter
Editing
transrator
DOP
Lighting
Action
Art
Animator
Color
Visual
Music
Sound
Actor
Stunt
Episodes
Origi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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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
2
Level#
2
note
서울시립미술관의 분관으로 24년 개관하는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의 개관에 앞서 사전프로그램으로 기획된 전시 <정착세계>. 워낙 기다리던 전시라 열리자마자 급히 방문했다.
전시장의 입구에는 사진미술관의 개요와 사진미술관을 만드는 이들의 이야기가 적힌 레이어가 매달려있었다. 그들은 사진이 어떻게 아트로써 다원적 기능을 하고 ‘사진처럼 보이는 이미지’를 디지털의 발달로 제작할 수 있는 현대에서 어떻게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솔직하게 꺼냈다.
그래서인지 첫번째 관의 중앙에 있는 필름들에는 필름을 찾는 과정과 그것을 복원하는 과정까지의 컨텍스트가 함께 있기도 했다. 마치 ‘사진미술관’을 만드는 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라 특히 좋았다..
그리고 전시는 3050년대부터 현대 작품까지 시대가 뒤섞여 함께 걸려있었다.
나는 카메라를 누르는 순간 작가의 의도가 개입하니까 그때부터는 리얼리티 자체가 아니라고 생각을 해왔다. 그래서 더욱 사진 전시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데 처음 본 작품 김옥선 <공원초상> 시리즈는 대만 다문화 가정 2세의 초상을 기록한 작품이었다. 그들이 이국적인 야자수에 가려져 불안정한 눈빛으로 렌즈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작품부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를 직시하는, 그리고 바로 지금을 기록하고 있는게 사진이라는 걸 느꼈다. 물론 의도는 개입했지만 그들이 프레임과 프레임에 갇혀있는 그 자체가 현실이라고.. ‘‘실제하는 현실’을 ‘지금’ 이야기하고 고발한다’라는 게 역사적인 가치 뿐 아니라 뉴스보다 강렬한 이미지로써 대중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다는 게 좋았다.
프로젝트 갤러리로 넘어가는 다리에는 박희자의 <(계단)┖┐ 연주>가 있었다. 계단을 직부감으로 찍으면 계단처럼 보이지 않고 나란한 직사각형 묶음처럼 보인다. 그 직부감 사진을 테이블에 두고 실로폰으로 치는 작품이었다. 최근 너무너무 좋아했던 히토슈타이얼 전시 중 <미션완료:벨란시지>에서는 발렌시아가가 하위 계급의 물질을 어떻게 흡수하고 그것을 <상위 계급화>하고, 그것의 경계를 지우는 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2d가 왜곡하는 것들에 대한 한계를 이야기함과 동시에 우리는 경계를 지울 때 어떤 방식을 택하는지에 대한 것까지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복도에 있었는데 특히 좋았던 작품이었다.
그 다음 프로젝트 갤러리에는 현상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필름을 일부 태우거나, 현상하는 과정에서 의도적인 손상을 만드는 것에 대한 내용을 강조했다. 실험적으로 사진을 만든는 과정은 우리가 물리적으로 활동을 해서 그러니까 우리가 신체적으로 움직이는 과정이 동반되어서 -디지털에서보다 과격한 움직임이 수반된다- 그것을 일종의 저항 운동이라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는 게 마음에 깊이 남았다. 그 작품들은 놀랍기도 했다.
그밖에도 역사적인 -625 전쟁에 군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전쟁 장면을 찍어 국민들을 위해 현 상황을 알려주던 사진가의 활동- 사료로써 대단한 것들도 있었고 정말 좋은 작품이 많았다. 모든 작품이 좋았다. 사진이 가진 가치에 대해서 전시 기획자들이 내게 충분히 많은 것을 입증했다고 느꼈다.
조금 아쉬운 건 입구에 오른쪽은 어둡게 되어있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고, 그러다보니 왼쪽부터 관람을 했는데 작품들이 연작이나 프로젝트로 묶여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매우 길었다. 그런데 그 끝에 해당 전시의 내용이 적혀있어서.. 내가 텍스트를 알고 보는 걸 좋아하는 특수한 케이스라 그럴 수도 있지만 난 동선이 조금 불편했다.
제일 좋았던 작품은 전명은의 <누워있는 조각가의 시간>.. 난 어릴 때부터 물질의 텍스쳐를 보고 스크레치나 그것들이 어떻게 한 레이어에 각자 배열되어있는지 들여다보고 외우는 걸 좋아했다. 각각으로 지어진 스크래처마다 담긴 우연들이 늘 와닿고, 잎맥이 태어나는 게 참으로 좋아서 오래 들여다보고 욌던 것 같다.. 그런 나의 특성때문에 이 작품은 특히 좋았는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아무튼. 이 작품은 조각가 아버지를 기리며 만든 작품이었는데, 조각가들이 만들다만 조각들을 마치 조각가의 시점숏처럼 촬영을 했다. 그 조각들에 새겨진 스크래치와 표면들이 마치 조각가의 손처럼 느껴지고, 다듬어진 곡선들, 아직 깎이지 않아 투박한 형태를 가진 조각 덩어리, 자욱이 선명한 텍스쳐를 바라보는데 눈물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