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랜 시간동안 도망쳤다.
그저께 이력서를 냈고 기대하지 않았던 전화들을 받았다.
하고 싶지 않아서 한 달동안 미뤘던 일을 하고, 연락을 마쳤다.
엄마와 짧은 전화를 마친 후 책상 앞에 앉아 2년동안 미뤘던 아이패드 매직 키보드가 작동하지 않는 것을 구글에서 검색해 손을 봤다.
그리고.. <드디어 끝나갑니다>가 헤드폰에서 흘러나왔는데… 소리내서 수십분동안 엉엉 울었다.
올한해 이 노래를 들으며 살아남았다.
털어지지 않을 것 같던 먼지 같은 걱정도..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픈 일들도 모두 겨울 바람에 흩날려
다시 한번 짧은 끝이 났다.
아주 실감했다.
고작…하기만 하면 되는 일들인데
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어…
왜 이렇게 망가져있었을까? 하고 주억거리다가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보니 스무살의 겨울처럼 다시 나를 가련하게 연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시 일어서는 걸 계속 해왔다는 것도 다시 알게 된다.
새로운 터전에서는 또다른 고난과 난관을 수없이 마주하겠지만
2026년을 연민 없이 잘 헤쳐나가자고 겨울의 한 자락에서 약속했다.
그리고 올해를 나는 데 함께해준 가족들과 데이식스, 친구들에게.
정말 오롯이 지팡이로 쓰며 지탱해왔습니다
지난 날들을 후회하지 않고
나의 모든 살이들에 축복하고
잘하는 걸 매일 다짐하고
오래하는 것을 하고 싶어요
정말로
몇 줄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맙습니다
잘 살게요
이십육년의 첫곡을 마음으로 정해두었습니다
눈밭을 걸어
산들을 넘어
상처가 나도
이 악물고
버텨 왔어
살아 왔어
오늘만을 위해서
드디어 끝나갑니다
크레딧이 올라갑니다
주인공은 행복합니다
지금부터 울 일은 없습니다
고생은 없을 겁니다
걱정도 날라갑니다
기나긴 여정은 이제 마치게 됩니다
2025.12
